프리다이빙 도전
어쩌다가 대학에서 오래도록 수영을 같이하던 지인들과 프리다이빙 배우게 되었다.
프립이라는 취미 어플을 통해서 강사분을 섭외하여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안전 이슈가 있기 때문에, 프리다이빙 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프리다이버 자격증을 가진 강사분 동행이 필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론수업 이후에 용인에 있는 딥스테이션에서 총 9시간 실습 수업을 받았다.
별도의 시험이 있는 것은 아니고, 수업 기간동안에 AIDA에 필요한 영략을 실시간으로 평가받고, 강사님이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프리다이빙 매력? 인간 잠재력에 대한 놀라운 경험
프리다이빙의 매력은?
물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고, 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답변을 가장 먼저 생각하겠지만,
(그리고 실제로도 휴양지에 놀러가서 다이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시작한 것이지만...)
프리다이빙을 (일정수준) 습득한 후 나의 답변은 이런 기능적인 것 보다는,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이나 커다란 난관을 극복하고자 할 때 가져야 되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나의 잠재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높고, 내가 설정한 한계 이상으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이 사실을 깊이 새기며 살아야 겠다고 느꼈다.
예전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는 성취를 이루고 삶이 점차 안정되다 보니, 예전에 충만했던 열정, 도전정신,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 독기 등... 좀 사그라진 것도 같았는데, 다시금 여러모로 동기부여가 되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프리다이빙을 습득하면서 몇 단계의 심경 변화가 나타났었는데,
전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단계를 거치면서 프리다이빙이 습득이 되었다.
1. 지금 내 수준에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
2. 된다는 사실에 대한 앎, 물 속 극한상황에서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앎 (강사님이 지속적으로 리마인드 해주신다.)
3. 실패의 연속... 하지만, 나를 믿고, 공포를 이겨내자
4. 공포는 점차 무뎌진다.
5. 배웠던 이론대로 진짜 해볼만 한거 아닐까?
6. 맨 처음의 성공
맨 처음 성공 이후, 그 다음 성공은 너무 쉽고 당연했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숨을 2분 참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나니, 숨을 크게 들이키고 1분만 되도 초조했던게 적당히 쉬고도 2분은 그냥 참을 수 있었다.
폐활량을 더 늘려야 겠다는 그런 훈련이나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미 필요한 폐활량은 충분했던 것이다.
수영실력도 마찬가지...
그래서 신기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개인의 능력치는 어떤 믿음이나 태도에 따라서 발현되는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프리다이빙 세부 평가 항목 별 느낀 점
프리다이빙 AIDA2 자격증은 다음을 통과해야한다.
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과는 다르게, 아무런 호흡/압력 조절 장비 없이 다이빙을 한다고 보면 된다.
각 항목 별로 잠재력에 대한 경험을 중심으로 기록해 보고자 한다.
(1) 물 안에서 2분 숨 참기 (2min STA)
(2) 오리발 끼고 쉬지 않고 잠영 40m (40 meter DYNB)
(3) 12m 수직하강 (12 meter CWTB)
(4) 이론 시험
(1) 물 안에서 2분 숨참기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몇 번 물 밖에서 테스트를 해봤다.
죽어라 참으면 1분 30초를 물 밖에서 참을 수 있었다.
'물 밖에서 이 정도인데, 물 속에서 2분은 안 될 것 같은데...'
이 생각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계속 연습을 하다보면 폐활량이 늘어나는 건가? 생각을 했지만,
1분 30초가 2분이 되려면 수치적으로도 대략 30퍼센트 이상의 신체 기능 향상이 있어야 한다.
잠깐 노력해서 30퍼센트 신체 능력 향상이 될 수 있는 거였다면, 난 운동선수를 지금이라도 했어야 한다.
강사님의 가이드도 폐활량을 늘리셔야 된다가 아니었다.
"릴렉스 하시고, 이미 폐활량 충분히 좋으시고, 배운 것과 같이 사람은 훨씬 숨 오래 참을 수 있습니다."
배운바에 따르면 사람은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기반으로 해서, 뇌에 '빨리 숨을 쉬어라."라는 신호를 준다.
체내에 숨이 부족하면 처음에는 '숨을 쉬어라.' 정도의 부드러운 명령이었다면,
나중에는 '숨 안 쉬면 너 죽을걸?' 수준의 공포심 까지도 들게 만들어서 숨을 쉬게 하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서 사람은 생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숨을 잘 쉬어오도록 진화했다는 것
하지만, 진짜 사람이 죽기 직전에 '너 죽을거야.'라고 신호를 주면, 생존에 너무 불리하다.
내가 죽을지 죽기 바로 직전까지 모르다가, 잠깐 잘못하면 숨이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숨 안 쉬면 너 죽을걸?' 이라는 공포심이 동반된 신호는, 죽기 한~참 전에 뇌에 전달한다.
그래서 혹시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마진을 가지고 숨을 쉴 수 있는 환경으로 갈 수 있도록...
몇 번의 마인드 컨트롤과 시도/실패를 통해서 이러한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숨이 모자라면 마지막에는 작은 발작같이 꿀렁하는 신체작용 무조건 반사처럼 나타나는데,
원래였다면 이런 반응 한 번에 '나 죽어~!' 하고 숨을 쉬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몇 번의 꿀렁임을 거쳐도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실패는 했지만, 실패 과정에서 공포심은 무뎌졌고, 뭔가 해볼만 한거구나 라는 걸 느꼈다.
그러다가 한 번 2분 성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는 신기하게 적당히 숨을 쉬고 물속에 들어가도 2분 정도는 너무 쉽게 참을 수 있었고, 대략 2분 30초 정도도 가능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니, 물속 숨참기에 대한 내 한계 기준선은 어느세 높이 올라가 있고 당연한게 되어있었다.
인간의 능력을 "우리가 생각하는 한계" 이상으로 사용해도 사람 쉽게 안 죽는거 같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생존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한계"를 "실제 한계" 보다 많이 낮게 생각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2) 오리발 끼고 쉬지 않고 잠영 40m
이것 역시도 숨 참기의 공포심과의 싸움이었다.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2분 넘게 숨참는 건 가능했지만, 잠영을 하면서 40m를 가는 동안 숨을 참아야 했다.
훨씬 더 숨이 빠르게 가빠졌고, 열심히 발차기를 해서 앞으로 나아가도 앞을 보면 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 보이기만 했다.
맨 처음 시도했을 때 앞으로 남은 거리가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어우 안 될거 같은데, 초심자인데 다음 번에 다시 시도해보자.'
'잠영을 좀 빨리했나? 숨을 훨씬 더 빨리 쓴거 같은데... 악으로 버텼다가 큰일나는거 아닌가?"
이런 공포심이었다.
다만, 이제 어떤 태도를 가져야 될 지는 알고 있었다.
수영을 오래 했기 때문에, 잠영 실력은 충분했고, 숨 참기도 이미 확인을 했다.
필요한 건 나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기반으로 공포심을 극복하면 되는 문제였다.
오히려 숨 참기보다 훨씬 더 수월했었던 것 같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지만, 끝까지 잠영을 지속했다.
역시 난 죽지 않았고, 40m, 50m 이상 잠영을 할 수 있었다.
참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이미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마인드에 따라서 발휘되는 능력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3) 12m 수직하강
이건 수영을 어느정도 잘 하더라도,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면 난관이 될 수 있는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물의 압력이 증가하는데, 이 압력이 고막을 누르기 때문에 이퀄라이징이 안되면 귀가 찢어질 듯이 아프다.
이퀄라이징은 고막 안쪽 공간에 몸 안에 있는 공기를 불어넣음으로써 물의 강한 압력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고 보면 된다.
평소에는 고막 안쪽 공간과 폐 사이 통로가 연결된 상태는 아닌데, 이퀄라이징은 이 통로를 열고, 배나 입 안의 공기를 고막 쪽으로 불어넣는 것
본론으로 들어가면 수직하강에서는 숨 참기에 대한 것도 있지만, 수심이 주는 공포도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이퀄라이징이 안 되면 귀가 찢어질 듯한 아픔이 주는 공포감이 있다.
'오케이, 숨도 잘 참을 수 있고, 잠영도 잘해. 근데 너무 깊숙히 들어갔다가 나올 때 필요한 숨이 부족하면 어쩌지? 까딱 잘못하다가 고막 터지는거 아니야?"
이런 공포심과의 싸움이었고, 역시 앞서 여러번 공포를 극복했기 때문에 비슷한 방법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다만 애를 좀 먹은 건 이퀄라이징이었는데...
참 시도를 계속해도 안 되는 것이다.
'몸에 문제가 있는건가? 이퀄라이징이 안 되는 사람도 있다던데...'
하지만 강사님이 지속적으로 문제 없다. 이퀄라이징 된다 이런 말씀을 계속 잘 해주셨고,
결국 이것도 믿음이나 공포심의 문제구나 싶었다.
신기하게 여러번의 이런저런 시도 끝에 나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는지, 어느 순간 이퀄라이징이 되었다.
그 이후 부터는 역시 너무 쉬웠고 자유롭게 깊은 수심을 누빌 수 있었다.
여기서도 핵심은 한 번 성공한 이후에는 너무 쉬웠다는 것
이퀄라이징과 몸 내외부 압력차이
보통 비행기를 타면 고막 바깥쪽의 공기 압력이 약해져서 먹먹한 느낌이 난다. 고막 안쪽 공기가 더 높은 상태에서 고막을 밖으로 미는 것.
이때, 침을 삼키면 귀 쪽으로 공기 통로가 열리면서 공기가 자연스럽게 입이나 폐로 빠져 나가면서 고막 안쪽의 공기 압력이 낮아지다가 바깥쪽 압력과 비슷해지며 먹먹한게 사라진다.
물론 물 속에서는 고막 바깥쪽 공기 압력이 낮아지는 대신, 고막 바깥쪽 물의 압력이 높아진다는 것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고막을 사이에 두고 압력차이를 줄이는 행위가 이퀄라이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