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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나름 괜찮게 읽었지만 굳이 다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

지정학 입문용으로 좋은 책, 각 대륙 주요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에 있어서 지리가 미치는 강력한, 하지만 조용한 영향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감상

          내가 지정학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느꼈던 건, 미국의 전략가 피터 자이한의 책들을 읽고 나서 부터였다. 특히 저자의 책들 중, 맨 처음 읽었던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은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지정학에 대한 흥미와, 지리와 정치로부터 비롯되는 여러 국가들의 족쇄와 역사, 잠재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상당히 깊은 영감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전반적으로 앞서 소개한 피터 자이한의 책과 유사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대륙이나 주요 국가들에게 지리가 미쳤던, 그리고 앞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어떤 국가는 어떤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과거에 걸쳐 현재 이런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앞으로 넘어야할 장애물들이 어떤 것들이 있다.' 와 같은 흐름이다. 미국과 같은 지정학적 '금수저'도 있었던 반면, 러시아와 같이 지정학적 아킬레스건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국가들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할 기회를 주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지리 정치적 관계에 대해서도 다루었고,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당연히 책의 의도가 그러하기 때문이겠지만, 책 속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기술의 진보로 인해 지리는 날로 극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깊숙히 조용하게 하지만 커다랗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전에 출판되었지만, 책 내에서 지리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두 나라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렇듯 누적된 갈등이 결국에는 전쟁이나 분쟁으로 표출되는 것을 보면서, 책에서 언급된 충돌 위험 지역들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하게 읽었던 것 같다.

          게다가, 국가의 생존과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낭만보다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기반해 정치외교가 돌아간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이 남북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여러 서방국가들도 결국은 인권이나 평화보다는 자국의 생존, 국익이 거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적절한 명분으로 잘 포장해서 추구하는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세계의 평화나 인권과 같은 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상은 철저히 우리나라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행동 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은 피터 자이한의 책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래서 책 전반에서 전달하는 '지리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신선할 것이 없었다. 이는 책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비슷한 류의 책을 이미 읽었던 나 개인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피터 자이한의 책이 좀 더 미국 중심적이고 보다 전문성이 높다고 생각이 들고, 이 책은 어느 한 국가나 대륙에 편향되어 있기 보다는 균형감 있게 다루었고, 비교적 대중적으로 쉽게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인상 깊은 내용과 나의 생각

(92p) 유럽 다뉴브 강은 천연 국경 역할을 해왔음

  - "사바 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강들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떤 면에선 이 하천들이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

  - 미국의 미시시피 강이 천연 수로 역할을 하며 국가 경제 및 통합에 지대한 기여를 한 것과는 달리 (같은 책, 63p), 유럽의 강들을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비교적 독립적으로 존재

  - 유럽 남부에 다뉴브 강이 길게 있긴 하지만 다른 강들과의 연결성이 부족해서, 천연 국경 역할을 했다는 것

  - 그래서, 상대적으로 북유럽 쪽 커다란 국가(독일, 프랑스 등)들에 비해 유럽 남부에는 상대적으로 작고 많은 나라가 존재

  - 기존에는 미국의 사례 정도만 알고 있어서, 강은 지역 간 연결성을 증진시키는 존재로만 생각했는데, 강의 특성에 따라서는 강이 천연 국경의 역할을 하면서 상호 배타성을 높이는 존재일 수 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음

 

(141p)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푸틴에 대한 개인 생각

  - 러시아에게는 대양으로 향할 수 있는 항로와 부동항이 매우 매우 중요 (거의 생존의 문제) --> 크림반도 중요

  - 나토는 이런 점을 잘 견제하고 있었고, 러시아도 국익을 위협하는 세력 목록 맨 꼭대기에 나토를 올려놓음

  - 한편, 크림반도를 가지고 있었던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소련도 아니고, 러시아와 친하지도 않은 상황이 되면서 러시아는 초조해짐

  - 지정학과 외교 수칙 첫 번째는, "실재하는 위협으로 간주되는 것과 맞닥뜨릴 때 강대국은 힘을 사용한다." 임

  - 이를 고려하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본인들 편으로 끌어들인 대가로 보는 게 타당

  - 러시아도 어찌 못할 것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서방국가들의 태도와 우크라이나의 급진적이고 경솔한 반-러시아 액션들은 오히려 러시아에게 명분을 제공

  - 크림반도는 민족학적으로 60퍼센트가 러시아인

  - 푸틴이 아닌 그 누가 러시아의 지도자였다고 하더라도, 크림반도를 잃은 지도자로 기록되지 않고 싶어할 것

  - 그 만큼 러시아에게 있어서 크림반도는 크리티컬 한 지역임

  - 이런 사항들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이후 22년 발생한 우크라-러시아 전쟁을 '푸틴의 노망, 실책, 오판'으로만 볼 수는 없음

  - 전쟁으로 인한 많은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무한 책임을 푸틴이 반드시 지어야 되는 것도 맞지만, 러시아 나쁜놈! 하는 선악구도로 세상을 단순화해서 보면 안 됨

 

우크라이나, 러시아 그리고 크림반도 [출처 : 구글 맵스]

 

 

(145p)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그랬다면 또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잖아."

  - 책에서 언급했듯, 서방의 많은 정치인들의 생각이기도 할 것

  - 특히 정치외교에 있어서는, 앞에서는 옳은 것과 선한 것으로 포장한 좋은 말들을 하고 있지만, 국가의 생존과 국익 앞에서는 냉혹해질 수밖에 없다.

  - 명분은 만들면 그만

  - 그들이 하는 액션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 국가를 위해서이다.

  - 그러니, 단순히 명분이나 선의나 정의에 기대는 정치외교보다는 상호 간에 윈윈 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을 제시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151p) 조지아에게 워싱턴은 멀고 모스크바는 가깝다는 표현에 대해

  - 물론 책에서는 조지아가 지리적 관점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 조지아의 입장이 아닌, 미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보자면,

  - 러시아는 조지아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미국은 조지아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런 상대적 중요성 차이 때문에, 조지아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크게 느껴질 것

  - 지리적으로 아무리 멀어도, 만일 조지아가 미국의 아킬레스 건이었다면,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조지아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을 것 같다.

 

(162p) 미국의 우리나라 남북한에 대한 태도

  - 냉엄한 현실의 지정학, 외교 현실 속에서 미국은 한국을 위해 피 흘릴 생각이 없다.

  -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계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미국과 관계를 맺는 것이고,

  - 미국 역시도 그들의 혈맹 한국의 이익이 아닌, 그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와 관계를 맺는 것

  - 이런 관점에서, 남북한 관계는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고 위험이 커서, 미국 입장에서는 현상유지가 최선

 

(195p) 번영이냐 자존심이냐? 볼리비아와 칠레의 관계

  - 1879년 태평양 전쟁에서 볼리비아는 해안 지역을 칠레에게 빼앗김 --> 내륙에 갇혀 있는 신세 --> 가난 지속

  - 이 때문에 두 나라의 관계가 좋지 못함

  - 볼리비아는 천연가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바로 옆 나라인 칠레는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조달이 필요

  - 하지만, 이런 경제적 궁합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고 있음

  - 우리나라도 중국, 일본, 미국 들과의 관계에서 번영이냐 자존심이냐의 문제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서, 남일 같지가 않았다.

 

(235p) 나일강을 통해 본 풍부한 수자원의 의미

  - 풍부한 수자원이라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 (1) 교역로, (2) 수력발전의 원천

  - 기존에는 교역로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일강 같은 경우 교역로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지만 수력발전 용으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236p) 대양해군과 나무와의 관계

  - "대다수 역사에서 나무가 귀한 나라치고 세력을 과시할 만한 강한 해군력을 구축한 나라는 없었다."

  - 문명도 시작이 빨랐고, 여러 가지 지정학적 이점들에도 불구하고 이집트가 지중해의 강대국이 되지 못했던 이유는, 나무가 귀해서

  - 이집트는 비싼 돈을 주고 레바논에서 삼나무를 수입해야 했다.

 

(267p) 레바논에서 인구조사를 못하는 이유

  - "레바논에서는 1932년에 실시된 인구 조사 말고는 여태껏 단 한 차례의 공식적인 인구 조사도 실시되고 있지 않고 있다."

  - 레바논에서는 프랑스가 아랍 기독교인들을 지원하고 주 지배 계층으로 만들어 줌

  - 이후, 무슬림들의 숫자가 더 많아지면서 갈등이 심화

  - 종파간 갈등은 상수이며, 지도 상에서는 하나의 국가로 보이지만 실제는 종파별로 득세하는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상이

  - 이러한 이유로 갈등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는, 혹은 정치인들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좋은 촉매인 '인구 조사'는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

  - 인구, 종교 구성이 어떠하고, 누가 다수이고 누가 소수인지는 정치 공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인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283p) 예루살렘의 실용적 실질적 가치와 이념적, 종교적 가치

  - 책에서 언급했듯, 예루살렘은 군사적, 지리적, 산업적, 인프라적 중요성이 미미

  - 그러나, 문화적, 종교적 의미는 어마어마함 (유대교와 무슬림 모두 이곳을 성스러운 곳으로 여긴다.)

  - 다양한 실리적 이득이 크지 않음에도, 이념적인 이유로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 종교나 이념적 이유는 단지 명분일 뿐이고, 무언가 실리적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왔었는데...

 

(311p) 영국 철수 이후 인도는?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로...

  - 1947년 인도에서 영국의 무책임한 철수 후, 인도 내 사람들은 종교를 기반으로 모이게 됨

  - 지리상 파키스탄-인도-방글라데시로 위치하는데, 파키스탄(기존 서파키스탄)은 무슬림 중심, 방글라데시(기존 동파키스탄)는 힌두교 및 시크교 중심으로 구성

  - 참고로 인도도 힌두교 중심

 

(316p) 중국의 아킬레스건 신장, 파키스탄의 아킬레스건 과다르

  - 과다르는 파키스탄의 핵심적인 항구 도시

  - 한편, 중국의 에너지 수급 차원에서의 지정학적 약점이 존재하는데,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과다르와 연계되어 실행 중

  - 중국은 중동 원유 생산지 -->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 육상 송유관 --> 중국 신장을 그리고 있다.

  - 여기서도 중국에게 있어 신장 지역은 매우 중요

  -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지정학적 약점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물론 상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세상에 영원한 문제는 없는 법이니까

 

(335p) 인도도 지리적 금수저?

  - 중국의 급성장에 가려져 인도를 간과한 경향이 있는데...

  - 인도도 지정학적으로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음

  - 넓은 국토와 경작지,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인구, 항행 가능 수로, 충분한 물 공급, 적지 않은 자원

 

(347p) 빙하의 양 감소, 지구 온난화의 이유?

  - 예전에 많이 논란이 되었지만, 인간의 활동이 지구 온난화를 촉발시켰다는 것도 이제는 널리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고,

  - 지구적 차원의 기후 사이클이라는 것도 타당하고

  - 굳이 하나만 옳다고 편협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둘 다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될 것

  - 다만, 상대적 영향성 정도는 계속 논란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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